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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월

출판과 AI — 경계는 어디인가 (2026년 3월 3주차)

AI가 출판계를 흔들고 있다. 번역, 편집, 표지 디자인, 큐레이션까지 — AI가 이미 책 만드는 과정 전반에 깊이 들어와 있다.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주 출판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 '딸깍 출판' — AI가 하루 24권을 만든다

출판사 루미너리북스가 1년 동안 약 9,000권의 전자책을 출간했다. 하루 24권. 자체 개발 AI 기술을 활용한 결과다. 출판계는 발칵 뒤집혔다. '딸깍 출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루미너리북스 측의 해명은 흥미롭다. "단순히 책을 많이 출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가 출판하는 책들은 한국어 특화 AI 언어모델 개발을 위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AI를 위해 책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 황석영 작가도 챗GPT를 쓴다

한국 문학의 거장 황석영 작가가 신작 '할매' 집필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600년 된 팽나무, 시대 배경, 구성 방법 등 요소를 입력해 놓고 대화를 나눴다." AI와 상상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한 것이다.

출판 현장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책 제목 결정, 보도자료 작성, SNS 글, 숏츠 영상 제작에 AI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획과 마케팅 방향을 잡을 때", "원고 편집 과정에서" 활용 중이라고 했다. AI는 이미 출판사 직원처럼 일하고 있다.

🤖 AI 번역 · 오디오북 · 맞춤 큐레이션

창작과 편집 너머, AI는 독서 경험 자체도 바꾸고 있다. AI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돕는다. 밀리의 서재는 어렵고 무거운 책을 AI에게 질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맞춤형 책 큐레이션에도 AI가 활용되면서 독자들의 책 선택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 출판계도 마찬가지다. 해체트 북그룹(Hachette Book Group)은 이번 주 AI가 텍스트 생성에 사용됐다는 우려로 공포 소설 'Shy Girl'의 출간을 전격 중단했다. 출판사들이 AI 콘텐츠에 대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본격적인 기준 논의가 시작됐다.

⚠️ 그럼에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 활용의 실패 사례도 있다.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 개정판 표지를 AI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표지 디자인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고전 문학 번역에 제미나이를 활용한 출판사는 '알빠노'(네 사정을 알 바 아니다) 같은 맥락에 맞지 않는 신조어가 책에 등장해 비판을 받았다.

결론은 명확하다. AI가 문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문 안으로 들어가 독자와 소통하고 마음을 얻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는 도구다. 그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 이것이 지금 출판계가 씨름하고 있는 진짜 질문이다.

🌸 2026 문학책의 해 선포

3월 19일, '2026 문학책의 해'가 공식 선포됐다. 슬로건은 '삶을 읽다, 문학을 읽다'. AI가 범람하는 시대에 인간의 문학을 다시 조명하겠다는 역설적인 선언이다. 40명 작가의 릴레이 글쓰기, 한강·권정생 문학기행, 장르별 북콘서트까지 12개 사업이 추진된다.

이번 주를 한 줄로

AI는 이미 출판계 안에 있다. 문제는 AI가 들어올 것이냐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역할을 남겨둘 것이냐다.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 — 출판계가 지금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다.


22 3월

이번 주 AI/IT 뉴스 — 2026년 3월 3주차

AI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매주 쏟아지는 뉴스를 보다 보면, 이게 진짜 기술의 진보인지 아니면 그냥 소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것들만 골랐다. 잡음 없이.

🏭 엔비디아 — 칩 회사가 아니다, 이제 AI 공장을 짓는다

GTC 2026에서 젠슨 황이 발표한 차세대 AI 시스템 베라 루빈(Vera Rubin)은 단순한 신제품 발표가 아니었다. 엔비디아는 이제 GPU를 파는 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와 냉각 시스템까지 포함한 턴키 AI 인프라. 전쟁이 시작됐다면, 엔비디아는 무기 공장을 짓는 쪽을 택한 셈이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올해에만 수천억 달러를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고 있다. 그 부작용으로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AI를 굴리려면 엄청난 전력과 냉각이 필요한데, 정작 현장을 관리할 전기 기술자와 냉각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것. 화이트칼라도 블루칼라도 아닌 '뉴칼라'의 시대가 오고 있다.

🔬 IBM — 양자 컴퓨팅의 벽을 넘다

IBM이 두 개의 양자 프로세서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142큐비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양자 컴퓨팅의 가장 큰 숙제였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암호 해독, 신소재 설계, 신약 개발 — 지금껏 슈퍼컴퓨터도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문 앞에 와 있다.

🤖 구글 × 삼성 — 스마트폰이 에이전트가 된다

구글이 제미나이 앱의 베타 기능으로 스마트폰 다단계 자동화를 공개했다. "집 가는 차 불러줘", "지난번 먹던 메뉴 다시 주문해줘" — 말 한마디면 제미나이가 앱을 직접 열고 버튼을 누르며 일을 처리한다. 첫 적용 기기는 삼성 갤럭시 S26과 픽셀 10. 한국과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다.

이건 꽤 큰 변화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비서가 아니라 실무자가 되는 것.

🏗️ 미스트랄 — 범용 AI 시대에서 맞춤 AI 시대로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Forge를 공개했다. 핵심은 기업이 자기 회사의 문서, 코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직접 키울 수 있다는 것. "어떤 AI를 고를까"의 경쟁이 "우리 회사에 맞는 AI를 어떻게 만들까"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금융, 의료, 법률처럼 규제와 보안이 중요한 산업일수록 이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

👨‍💻 AI 코딩 — 실험이 끝났다, 이제 경쟁이다

700개 이상 기업, 20만 명 개발자, 2천만 건 PR을 분석한 결과 — 기업들의 AI 코딩 도구 도입률 중앙값은 63%. 코드의 과반을 AI로 생성하는 기업도 64%에 달한다. AI 코딩을 도입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단계는 끝났다. 지금은 어떻게 검토하고, 어떻게 책임을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다.

🏥 AI 의료 — 망막 사진 한 장으로 300가지 병을 본다

이번 주 의료 AI 소식도 눈에 띈다.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이 망막 사진 한 장으로 300여 개 질병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치과 3D 구강 스캔 데이터를 보고 AI가 직접 진단을 내리는 모델도 등장했다. 흉부 X-ray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합성 데이터 프레임워크도 주목받고 있다. 기술이 생명을 살리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메타 — AI 시대의 조직 재편

로이터가 보도했다. 메타가 전체 인력의 20% 이상 감원을 검토 중이라고. 메타는 추측성 보도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 뉴스가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AI는 단순히 업무 툴 몇 개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와 인력 구조를 함께 바꾸는 변수다. "AI를 도입하면 무엇이 편해지나"를 넘어, "AI 중심으로 조직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 국내 뉴스 — 카카오, LG, 삼성

카카오톡 챗GPT가 이르면 이번 주 올리브영·무신사와 연동 출시된다. 말 한마디로 쇼핑을 처리하는 시대가 열린다. LG CNS는 '피지컬웍스' 상표를 출원하며 로봇 플랫폼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170만 개 사물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이 탑재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공개했다. 집 안의 AI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주를 한 줄로 정리하면

AI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 스마트폰 안에서, 병원 진단실에서, 코딩 에디터에서, 그리고 기업의 조직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빠르게 따라가는 것도 전략이지만, 천천히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전략이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22 3월

서울, 아직도 모르는 도시

서울을 여행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내가 사는 도시를 새삼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지는 순간, 그 도시는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 한양도성 — 600년이 걸어온 길

서울 사람들은 한양도성을 잘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무심히 지나친다. 하지만 이 성곽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600년 전 조선의 사람들이 같은 돌을 밟았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화강암 성벽 너머로 현대 서울의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조선과 21세기가 한 장의 사진 안에 공존하는 도시. 그게 서울이다.

한양도성 성곽길 — 600년의 시간
한양도성 성곽길 — 600년의 시간
한양도성 화강암 성벽
한양도성 화강암 성벽

🏯 경복궁 — 서울의 중심

광화문 앞에 서면 서울의 축이 느껴진다. 북악산이 뒤를 받치고, 광화문이 정면을 열어준다. 조선의 왕들이 설계한 도시의 구조는 지금도 살아있다. 화려한 꽃 장식과 수백 년 된 기와가 나란히 있는 이 풍경 — 서울은 과거를 지우지 않는다. 그냥 옆에 놓아둔다.

경복궁 광화문
경복궁 광화문

🌿 한강 — 서울을 가르는 강

여의도 한강공원은 서울 시민의 거실이다. 단풍이 드는 계절,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이 멀어진다. IFC 빌딩과 콘래드 호텔이 배경으로 서 있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한강이 없는 서울은 상상할 수 없다. 이 강이 서울을 살게 한다.

여의도 한강공원
여의도 한강공원
여의도 고층빌딩
여의도 고층빌딩

🏛️ 국립중앙박물관 — 지식과 기억의 집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도서관이 있다.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된 책들,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괴테의 문장. "Es irrt der Mensch, solang'er strebt." —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박물관이 유물만 모으는 곳이 아니라는 걸 이 한 문장이 말해준다. 지식을 향해 방황하는 것, 그게 인간이라는 것.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도서관 — 파우스트 명구
박물관 도서관 — 파우스트 명구

🏙️ 을지로 · 여의도 — 서울의 에너지

을지로에 서면 서울의 밀도가 느껴진다. 좁은 골목 사이로 간판이 빼곡하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간다. 여의도에서 고층빌딩을 올려다보면 다른 감각이 온다. 유리와 철골이 하늘을 향해 경쟁하듯 솟아있는 이 풍경은, 서울이 아직 성장하고 있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을지로 도심
을지로 도심

⚾ 고척 스카이돔 — 서울의 또 다른 얼굴

고척 스카이돔은 서울에서 가장 의외의 공간이다. 돔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이 사라진다. 대신 수만 명이 함께 숨 쉬는 거대한 공간이 열린다. 야구는 그냥 스포츠가 아니다. 서울 사람들에게 야구는 일상에서 잠시 이탈하는 방법이다.

고척 스카이돔
고척 스카이돔

👗 동대문 · 대학로 — 젊음의 거리

동대문에 가면 서울의 속도가 느껴진다. 밤새 돌아가는 패션 시장, 24시간 멈추지 않는 거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유선형 외관이 그 옆에 서 있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건물은 서울이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동대문 패션거리와 DDP
동대문 패션거리와 DDP

대학로는 다르다. 담쟁이 넝쿨이 붉게 물든 벽돌 건물, 골목마다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 서울에서 가장 인간적인 거리다.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저마다 무언가를 공연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로 문화예술 거리
대학로 문화예술 거리

🐻 장충체육관 — 기억과 현재 사이

장충체육관 옥상에 곰 인형 조형물이 있다. 아래에는 60년 역사의 체육관이 있고, 위에는 엉뚱한 조형물이 놓여 있다. 서울은 이렇다. 진지한 것과 가벼운 것이 공존한다. 역사와 유머가 같은 공간에 있다. 이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늘 실패하는 이유다.

장충체육관 옥상 — 서울의 반전
장충체육관 옥상 — 서울의 반전

서울, 아직도 모르는 도시

서울에서 오래 살수록 서울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골목 하나를 알면 또 다른 골목이 생기고, 건물 하나가 사라지면 새로운 공간이 들어선다. 이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600년 된 성벽을 지우지 않는다. 그게 서울의 힘이다.

오늘도 서울은 멈추지 않는다.